[Ep. 08] 최고의 품질, 광성나염

2020.3.31 329
[Ep. 08] 광성나염

옷에 들어가는 프린트는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들어집니다.


얇은 선이 들어가는 디테일을 살리려면

수십 년 경험으로 도구를 섬세하게 다루는 경력이 필요합니다.


17년 동안 날염 작업을 하면서

날염의 명료한 표현을 연구하신 강종석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강종석 대표님이 마리몬드 의류를 들고 있다. ©marymond



광성나염 소개 부탁드려요.

시작한 지 햇수로 17년 정도 됐어요. 2004년 정도 시작했죠. 가족들이 함께 일하는데, 부모님이 원래 이쪽 일을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접했죠. 일 조금씩 도와드리다가 군대 다녀오고 나서 거의 이쪽에 취업했어요. 하다보니까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 나름 괜찮은 것 같아서 쭉 했죠.


부모님의 일을 이어받는다는 일, 평생 일로 선택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일이 적성에 맞았어요. 그리고 재밌고요. 여러 사람을 만나잖아요. 기업이든 담당자든. 다양하게 배워가는 게 좋았어요. 다른 곳에서 사회생활 할 때보다 인간 관계도 넓어지는 것 같고.




광성나염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marymond



날염의 어떤 점이 특히 흥미로웠나요?

하는 방식은 비슷한데 디테일 차이가 있잖아요. 그림이든 글씨든. 의뢰가 들어오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로 이미지로 만드는데, 그때 제가 디테일을 만들어간다는 게 재밌는 거죠.


디테일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하셨어요. 디테일을 신경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요?

하나 고르긴 어렵네요. 일 년에 하는 것만 해도 수만 가지 디자인을 하거든요. 작업 1천 개만 잡아도 장수 4~500장 잡으면 수십만 장이고. 색상 변화나 모양 다른 거까지 생각하면 경우의 수가 과장없이 몇 만 개 이상이에요. 처음에 준비할 때는 보람을 느껴도 다른 작업에 몰두하다보면 또 잊어요. 완전히 새로운 걸 계속 접하다보니까 더 그렇고.




광성나염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marymond



날염 작업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쉽게 말하면 프린팅입니다. 의류에 프린트가 되어 있으면 공장에서 나온다고 이해하는 분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보다시피 수작업입니다.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고 육체 피로도도 높아요. 게다가 업무 환경이 친환경적이지도 않죠. 환기도 쉽지 않고, 여름철에도 히터를 켜야 해요. 열이 있어야 프린트해둔 게 마르는데, 그게 얼른 건조되지 않으면 다음 작업에 들어갈 수 없거든요. 여름엔 거의 비 오듯 땀 흘리면서 일해요. 이렇게 힘든 일입니다(웃음).


날염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의뢰하는 원청에서 원하는 그림이나 글씨나 원하는 디자인이 있으면 파일을 주세요. 그 파일을 색상별 투명 필름으로 제작하고, 그걸 토대로 판 작업을 합니다. 나무판에 샤*를 해서 원하는 칼라를 넣어서 샘플을 제작해요. 동대문이나 기타 소매업 하시는 분들은 파일 작업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땐 저희가 파일 작업까지 대행합니다. 거의 디자이너처럼 일할 때도 있는 거죠.


*샤: 판 작업 시 필요한 준비물 중 하나.





광성나염 현장에서 작업하는 마리몬드 티셔츠. ©marymond



기술이나 스킬도 중요하게 작용하겠네요. 그런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 어디인가요?

판 작업하고 필름 다루는 거야 이론적인 부분이라 컴퓨터만 다룰 줄 알면 되고.. 직접 생산에 참여할 때 기술이 필요하죠. 특히 디테일이 들어가는 그림은 (작업자가) 경력이 좀 있어야 작업이 깔끔하게 나와요. 예를 들면 얇은 선을 작업하는 거. 초보자가 하면 그림이 흐려지거나 번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게 해서 최대한 선명하게, 원하는 의도에 맞게, 원하던 위치에 맞게 완성해야 하죠.


전문가가 되는 데 필요한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해요.

날염하는 분은 대부분 연세가 많아요. 젊은 사람이 선호하는 업종이 아니다보니까. 5~60대가 주를 이루고, 대부분 8~90년대 우리나라 섬유업이 발전할 때부터 하신 분들이에요. 2~30년은 다들 하신 거죠. 그만큼 해야 전문가가 되는 것 같아요.



광성나염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marymond



날염을 평가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글쎄요, 처음 의도를 알아야 해요. 제가 작업을 했다면 이게 정상적으로 작업이 된 건지 얘기할 수 있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이나 기존 판매품을 봤을 때는 의도를 모르니까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죠. 빈티지한 느낌을 내려고 빈티지 느낌을 낸 건지, 아니면 작업 중 오류가 있어서 원하는 색상이 아닌데 밝기 차이가 생긴 건지, 그게 의도인지 오류인지 판단할 순 없어요.


단순 디테일만 보면… 그래도 기준점은 있죠. 쉽게 얘기하면 바로 옆에 있는 제품. 고양이 목에 스카프가 있잖아요. 원하는 위치는 앞에 있는 선(고양이 몸)하고 스카프 위치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건데, 한 장 한 장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작업을 하다보니까 100장을 해도 100장이 다 달라요.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렵지만 미리미터(mm), 소수점 단위 오차가 있어요. 그걸 최소화하는 게 노하우인 거고, 경력에서 오는 힘이죠. 경력자는 자기가 힘 배분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알아요. 물론 틀어져도 본인이 기획한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 일반 사람들은 잘 구분을 못 하죠. 원래 그런가 보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님이 예시로 말씀하신 고양이 티셔츠. ©marymond


쉬운 날염, 어려운 날염도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여러 칼라가 들어가면 한 칼라보다 품이 많이 들죠. 예를 들어 10가지 색상이면 나무판도 10판을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10가지 색상을 합쳐서 그림을 만드는 거니까, 10가지 색상을 각각 시험할 뿐만 아니라 조합도 해봐야 하죠. 아무리 1가지 색깔이 잘 나왔다고 해도 조합이 안 맞으면 다시 고민해봐야 해요. 여러 차례 실험을 거치면서 최상의 조합을 새롭게 찾아내는 게 아주 힘들죠.


날염에 약품을 쓸 때도 실력이 필요한가요?

약품을 잘 쓰는 것도 경험이에요. 원단 종류 따라서 날염 종류(약품)도 다양하거든요. 신발에 쓰이는 원단이 있고 옷에 쓰는 원단이 있고 수영복에 쓰이는 원단이 따로 있는 것처럼요. 조합을 못하면 세탁을 하거나 빨래를 할 때 오염, 즉 다른 색깔이 묻어나는 경우도 생기니까, 원단에 따라 컨택하는 게 중요하죠. 컨택한다는 건 조합을 이해하고 쓰는 능력이에요. 이 원단에는 어떤 약품으로 작업을 해야 최상의 품질이 나온다는 걸 상담할 때부터 인지해야 하고, 그걸 의뢰인에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해요. 이론은 알고 계신데 전문적인 건 모르시는 분이 많으니까.


신제품을 예시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번 마리몬드 의류는 면 소재죠? 면으로 진행할 땐 ‘러버'라는 약품을 써요. 날염 8-90프로를 차지하는, 가장 일반적인 거예요. 크로스백 같은 경우는 러버 날염으로 작업하다간 퀄리티 문제가 생겨요. 외부 힘을 가할 때 벗겨질 염려가 있고, 세탁할 때 오염될 수 있죠. 이때는 다른 재료를 찾아서 합을 맞춰봐야죠. 일일이 테스트를 해보고 가장 나은 게 뭔지 찾아내야 해요. 기존에 작업한 데이터가 있다면 그대로 하면 되지만, 요새는 원단이 빠르게 변화하니까 매번 테스트하는 수밖에 없어요. 직접 만져보지 못한 원단이 있으면 일부러 내서 확인해야 하는 거죠. 언젠가는 작업을 하게 될 테니까. 추세가 워낙 빨라서 따라가긴 어렵지만, 그래도 새로운 거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광성나염 작업 현장. ©marymond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써주시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요.

마리몬드 기업 이미지도 있고, 소비자까지 생각을 하면…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사회적 의미를 지닌 기업으로서 판매하는 거잖아요? 소비자도 그런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고. 그럼 소비자가 만족 못 하면 안 되잖아요. 최고의 품질이 아니면 생산자 입장에서도 허무하고 보람도 없어요. 그러니까 더 신경을 쓰죠.


생산자로서 신념이나 철칙이 있나요?

믿음에 보답하는 일. 자기 욕심을 챙기려는 사람도 많지만, 저희와 협력하려고 찾아오는 분께는 더 신경 쓰려고 해요. 마리몬드도 거의 초창기 때부터 함께했으니 5~6년 됐죠? 다른 거래처는 대부분 10년 이상 함께하고 있어요. 신뢰를 쌓는 건 어렵지만, 한번 쌓으면 무너뜨리기 쉽지 않아요. 그런 관계를 하나씩 쌓아가는 게 보람입니다.



마리몬드 티셔츠를 작업하고 있다. ©marymond


소비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옷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저뿐만 아니라 원단을 염색하시는 분, 원단 만드는 분, 디테일을 디자인하시는 분, 마무리 공정 담당하는 분... 수많은 사람들이 옷 하나 만들려고 몇 주씩 테스트 해서 최소 한두 달은 거쳐서 나온 제품이에요. 아끼는 마음으로 입어주시면 좋겠습니다.








©marymond


광성나염

Tel: 010-2888-5582

Add: 서울시 중랑구 묵동 174-8번지 3층 광성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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