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9] 45년의 노하우, 브니엘

2020.3.31 439
[Ep. 09] 브니엘

좋은 가방이 탄생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수 차례 검토를 거치면서

한 과정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45년 동안 가방 생산을 하면서

모든 제품을 완벽하게 만드는 일을 평생 목표로 삼으신

서정덕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서정덕 대표님이 마리몬드 가방을 들고 있다. ©marymond



브니엘 소개 부탁드려요.

이쪽 일을 한 건 45-6년? 햇수로만 따지만 48년이네요. 정말 여러 곳에서 일했어요. 청량리 경동시장 3층에서 시작해서 영등포, 의정부 갔다가 서울에서 사업도 하고, 전주도 내려갔죠. 중국과 스리랑카에서도 일했어요. 지금은 정착해야겠다 싶어서 면목동에 터를 잡았죠. 여기 정착한 지는 3년 됐어요. 브니엘이라는 이름은 17년 됐고요. 역사가 길다면 길죠(웃음).


가방을 만든 계기가 궁금해요.

옛날은 다 똑같아요. 어렸을 때 돈이 없잖아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손 이것저것 대서 가방 일을 한 거였죠. 가방 공장도 아무나 가진 않았어요. 저는 친구 소개 받아서 들어갔죠. 가난해서 뛰어든 건데, 점점 매력을 느끼고 이거를 내 길로 잡아야겠다, 생각했죠.




브니엘 서정덕 대표님. ©marymond



가방의 어떤 점이 매력 있었나요?

재밌어요. 40~50개 쪼가리 이어붙여서 1개 가방 만드는 게. 하나씩 있을 때는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이는데 붙여 놓으면 가방이 되잖아요.


가방을 만들면서 어려운 점도 많다고 들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순서가 있어요. 쉬운 공정부터 어려운 공정 하나둘 올라오다보면 막힐 때도 있죠. 생산 일이라는 게 본사가 의뢰하는 거 제작하는 건데, 현장에서 일하지 않다보니까 이론적으로만 되는 일을 주문받기도 해요. 그러면 디자이너가 주문한 거랑 저희가 가안 짠 거랑 부딪힐 때가 많아요. 그럴 땐 하나씩 박아가면서 알려주죠. 이건 뜯어 고쳐야 한다. 나중엔 제 얘기를 들어요. 현장에서만 알아볼 수 있는 게 있으니까.





브니엘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marymond



전문가만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이 있을 것 같아요.

마감 원단 덧대는 작업 중에 아치형으로 둥글게 돌아가는 부분이 있어요. 대부분 마감 원단이 매끄럽지 않아서 작업하다 보면 마찰도 있고, 일정하게 곡선 라인으로 안 돌아가서 지저분한 게 생길 때가 있죠. 그런 건 굉장히 보기 안 좋아요. 전체적인 외형도 중요하고, 박음질이나 이음선 부분을 잘 살펴야 하죠. 우는 부분도 없어야 해요. 평평해야 하는데, 주름이나 파커링(Puckering)이 있으면 곤란해요. 이런 식으로 잘 만들었다 아니다, 이런 걸 평가할 수 있죠. 가끔씩 매장에서 보면 잘 만든 것도 있는데 찌그러져서 우는 것도 있어요. '와, 이런 걸 팔기도 하네?' 싶기도 하다니까요. 팔면 안 되는 가방도 파는 걸 보면.


파커링(Puckering, 구김) 없애는 기술도 필요하겠어요.

크기를 계산해야 해요. 뭐든 크지 않도록 잘 연결해야 하는데, 대충 연결하면 돌아가는 간격이 넓어서 부자재가 상할 때도 있어요. 지퍼 박는 걸 생각하면, 아치형의 경우 돌아가는 면이 길면 각도상 울게 되니까 좁은 간격으로 박음질을 해주고 잡아줘야 하는 거죠. 신경을 배로 써야 해요.





브니엘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marymond



생산자로서 철학이나 신념이 있나요?

만들 때부터 나갈 때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 쓰자. 모든 제품 나갈 때 완벽하게 나가는 게 목표예요. 다 떠나서 내 물건 나가서 잘 되어야지 “아 거기 못하더라? 가지 마!” 이러면 별로잖아요? 지금 웬만한 사람들은 다 인정하죠. 가격은 조금 세더라도 물건 하나는 확실하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놀고 그런 게 없어요. 제품을 만드는 실력이 나쁘면 일을 안 주는 게 당연하죠. 그런 공장은 놀 수 밖에 없어요. 신경 덜 두는 걸 수도 있고, 실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만든 제품이 엉망이면 쓰는 사람이 안 좋아해요. 제품을 최선으로 만들어야 클래스가 생기는 거지.


이번 제품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궁금해요.

이번 가방은 앞판이 중요하죠. 첫 샘플은 각 돌아가는 데 칼선이 들어갔잖아요. 손 볼 곳이 많아서 제가 새로 판 떠서 작업했죠. 보세요, 지금은 예쁘게 잘 나왔죠(웃음)? 이전 것은 다 구겨졌는데. 쉽게 말하면 앞판의 앞주머니 연결 부분을 공정상 변화를 줘서 깔끔하게 해본 거예요. 어떻게 보면 작은 부분이지만, 하나씩 디테일이 망가지면 그게 제품의 퀄리티를 상하게 만드는 거예요. 깔끔하고 디테일하게. 그게 중요한 거죠.




브니엘에서 작업한 마리몬드 가방. ©marymond



좋은 가방의 기준이 있나요?

잘 만들어야 좋은 가방이죠(웃음). 사실 기준이 너무 많아요. 봉제가 잘 된 거, 디자인이 좋은 거, 내구성이 튼튼한 거, 소재가 고급스러운 거, 마감 처리가 깔끔한 거... 제겐 마감 처리가 제일 중요해요. 마감이 안 되면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엉망이니까. 그런 가방은 값어치가 없어요.


불량 가방을 보면 스티치도 그렇고 박음질도 그렇고, 상태가 심각한 건 실밥도 보여요. 메쉬(망사)는 봉제하기 까다롭거든요. 가방끈 어깨끈도 다 마감 처리가 필요하고. 이런 디테일을 하나하나 신경 쓰는 게 정성이고 실력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패턴 뜰 때부터 품을 들이는 편이에요. 패턴 떠온 걸 잘못하면 수정해주고. 마리몬드 거는 제가 많이 떠드렸죠(웃음). 한 80%? 거의 새로 해줬으니까.



브니엘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marymond



생산 작업에 쓰는 기계는 비슷한데 어떻게 퀄리티 차이가 나는 건가요?

경력 차이죠. 저희는 패턴 갖다가 다 뜨니까 아이디어가 금방 나오는데, 경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마감 처리나 접는 방법 같은 거. 우리는 일을 할 때 접어서 박아 들어가는 공간을 생각하면서 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가 하면서 가방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죠.




브니엘 현장에서 쓰는 작업 도구. ©marymond


일하면서 보람 느낄 때가 궁금해요.

제품이 깨끗하게 나올 때, 일정 맞춰서 나올 때. 제품을 잘 만들어도 납기 못 맞추면 금방 내리막길이에요. 물건도 성공적으로 만들고 기간도 일찍 마감할 때 제일 기분 좋습니다.


소비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꾸준하게 만들고 있어요. 놀지 않고 깨끗하게 제품을 만들어내자, 내 물건처럼 만들자 하면서. 잘 써주면 좋겠습니다.






©marymond


브니엘

Tel: 010-4562-7923

Add: 서울시 중랑구 면목본동 67-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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