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반응하는 인간은 죽지 않는다

2021.1.29 400
#김복동, 모든 반응하는 인간은 죽지 않는다.


"모든 살아있는 인간은 자극에 반응한다.

이 이야기는 한 인간이 폭력적 과거에 반응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로마제국 시절 사형 집행이 끝난 뒤, 사형수의 목숨이 끊어졌는 지 확인하는 관행이 있었다. 다리를 부러뜨리는 일. 가장 참기 어려운 고통으로 생사를 확인하는 것.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사망 판정을 한다. 그렇게 사형 집행이 끝난다. 모든 살아있는 인간은 자극에 반응한다. 때로는 반응이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남기도 한다. 노동자의 인권을 외치던 전태일 열사 처럼,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시로 풀어낸 윤동주 시인 처럼.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극에 반응하기 마련이고, 이들처럼 그 반응이 오래 회자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한 인간이 폭력적 과거에 반응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반응이 살아있음의 척도라면, 결국 모든 반응하는 인간은 죽지 않는다. 심지어 몸이 이 세상에 없다고 해도.


"진실이 폭로되었고

인간 김복동은 그때부터 인권운동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다."


1992년 8월 1차 아시아연대회의에 한 사람이 등장했다. 일본군‘위안부’ 생존자 김복동 님이다. 그는 자신이 당한 일들을 사람들 앞에 꺼내 놓았다. 진실이 폭로되었고, 인간 김복동은 그때부터 인권운동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다. 자신이 본 피해를 타인 앞에 내놓는 일이 어디 쉬운가. 하다못해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겪은 작은 부침을 꺼내 놓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인간은 모두 절반의 진실만 밖으로 드러내며 산다. 드러낼 수 있는 정도만 드러내는 게 살기에는 더 편하니까. 당사자인 김복동 님도 고민이 많았을 테다. 인간 김복동에게 인권운동가 김복동이라는 정체성은 실은 가혹한 명칭이다.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발화하는 일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잔혹한가. 그러니 김복동 님의 증언과 활동은 감히, 인류를 위한 ‘위대한 희생’이라 불러도 좋다.


첫 증언 이후, 김복동 님이 유엔인권위원회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진상을 알렸다. 2015년에는 국제 언론단체가 선정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영웅'으로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2020년 현재, 일본군성노예 문제를 전 세계가 알고 있다. 1992년 한 인간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언으로 표현한 날 이후, 증언에 증언이 덧붙여져 이제는 국제 사회가 귀 기울이는 문제가 됐다. 또 여전히 김복동 님의 용기 있고 주체적인 피해 고발이 세계 인권 시계를 앞으로 빠르게 당기고 있다.


"인간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정신과 말, 기록, 그러니까

인간의 모든 반응은 영원하다"


지난 2019년 1월. 김복동 님이 세상을 떠났다. 결국 일본 정부로부터 진정어린 사과는 받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마치 일본 정부가 모든 생존자가 세상을 떠나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살아있는 사람이 떠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인간은 사라질지 몰라도 정신과 말, 기록, 그러니까 반응은 영원하다. 여전히 전태일의 일기가 노동자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윤동주의 시가 청년을 가슴을 뜨겁게 하듯. 1992년 자신이 살아있다고 반응한 인권활동가 김복동 님 역시, 아주 오래 가해자 곁에서 살아있을 거라 믿는다.


1992년의 김복동 님은 살아있다

여전히, 그리고 더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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